이혜인의 작업은 자기 삶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작품 속 풍경은 작가가 오랫동안 살았던 거주지이자 몸소 발을 디뎠던 장소다. 유년 시절을 보낸 능곡의 동네와 그 앞의 들녘, 삶의 터를 이루거나 오가는 사람들 등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장면이 자연스레 그의 시선 끝에 맺힌다. 나고 자란 지역이 재개발로 급변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는 장소의 의미를 되새겼고, 이는 작업의 출발점이 된다. 한결같을 줄 알았던 자신의 토대가 송두리째 엎어지고, 생경함을 직면해야만 했던 상황은 그곳에서의 기억을 더듬게 했다. (「흰 그림자」, 2011년 등)
이내 작가는 파괴와 생성이 교차하는 그 장소에 야외 사생의 방식으로 더 깊이 관여한다. 이때의 작품은 햇빛, 날씨와 같이 통제할 수 없는 변인에 대한 신체적, 물리적 반응을 녹여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화구를 이고 진 채 당도한 공간에서 그는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과 변덕스러운 날씨를 온몸으로 맞고, 길 한구석 좁은 공간에서 캔버스 천을 접고 펴야만 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변수와 제약이 화면 위에 고스란히 남았다. (「석양을 한 번, 두 번, 세 번 접어서」, 2020년 등)
최근, 작가는 다시 기억에 몰두한다. 시간이 지나며 기억의 틈새에 낀 이물질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한편으로는 여과되고 남은 정수를 건져 올리며, 실체 없는 과거와 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회귀의 목적이다. 여기서 회화는 당시를 투영하면서도 그것을 지금에 존재하게 하는 매개로 작가가 지나온 시공간을 연결한다. (「마음의 영원한 빛」, 2023~2024년 등)
이혜인은 대상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과정에서 그것을 대면했던 순간과 캔버스에 옮길 때의 시차를 인식한다. 간극을 포용하는 작업 방식은 결과물의 시간적, 심리적 복잡성과 더불어, 대상을 화면 위에 안착시키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도정을 상상하게 한다. 「마음의 영원한 빛」은 이러한 작가의 작품을 시공간을 넘나드는 관계의 장이자,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본질에 다가서려는 몸짓으로 이해해 보기를 제안한다. 고정된 물질을 계기로 삼아 보이는 것 이상을 경험하게 하는 회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